스킬전승 탑랭커-3화 미리보기 | 뉴토끼 (2024)

  • 스킬전승 탑랭커-3화 미리보기 | 뉴토끼 (1)

    3화. 최후의 레이드 (3)

    ‘페이즈 3인가!’

    리온조차 긴장감에 침을 삼켰다.

    그조차 단 한 번도 본 적이 없는 마지막 패턴. 어쨌든 이것만 넘기면 우리의 승리다!

    [이 하찮은 인간 놈들이 감히…… 절대로 살려 보내지 않겠다!]

    에스라티나가 분노로 구겨진 얼굴로 부르짖었다.

    그 순간, 그녀의 전신에서 보랏빛 아우라가 한층 더 폭발하며 사방으로 비산했다.

    뿌드드드득-!

    양쪽 관자놀이에서 긴 뿔이 솟아 나왔다. 동시에 그녀의 등 뒤로 검은 악마의 날개가 펼쳐지며 허공을 가득 채운다.

    <마신화>

    최상급 마족이 자신의 힘 전체를 내보일 때 보이는 신체 변화!

    동시에 시스템 알림이 모두의 귓가를 울린다.

    [페이즈 3 돌입. 에스라티나의 공격력 40%, 기동력 50% 증가, 방어력이 30% 감소합니다.]

    [에스라티나의 포효! 공포 효과가 적용됩니다.]

    [번개, 불, 암 속성 저항력이 40% 감소합니다.]

    뭐?

    리온은 자신의 귀를 의심했다.

    유저들 또한 말도 안 되는 버프 내용에 일순 굳어 버렸다.

    “뭐, 뭐라고?!”

    “미친, 지금에서 거의 두 배는 세진단 소리잖아!”

    “이걸 잡으라고 만든 거냐!”

    유저들이 분노와 원망을 담아 소리쳤지만, 그런다고 해서 지금 상황이 변하는 것은 아니었다.

    에스라티나가 날개를 펄럭이며 단숨에 하늘로 솟구쳐 날아올랐다. 그녀가 양손에 마력을 끌어모으자 불현듯 먹구름이 휘몰아치기 시작했다.

    칠흑 같이 어두워진 하늘에서 천둥소리가 음산하게 울렸다. 대기의 흐름이 역류하여 세상의 모든 마력이 에스라티나에게로 집중되어 가는 듯했다.

    [지옥의 폭뢰 속에서 영혼마저 바스러져라, 인간들아.]

    이 마법은 설마?

    “외곽 유저들! 빨리 안쪽으로 달려 들어와라!”

    리온이 황급히 소리쳤지만 이미 늦었다.

    캐스팅을 끝낸 에스라티나가 시동어를 외치는 순간, 온 세상이 새하얗게 변했다.

    [프로미넌스 포스!]

    에스라티나의 번개 속성 최강의 스킬!

    쿠콰콰콰콰콰콰콰-!

    외곽 지역을 중심으로 강력한 번개가 쏟아졌다.

    그 강대한 파괴력에 천지의 균형이 깨지고 시각과 청각이 마비된다.

    하늘에서 대포 세례가 떨어지는 것만 같은 세상 속에서 유저들이 할 수 있는 것은 없었다.

    “크아아아악!”

    “우와악!”

    “씨, X발 이게 무슨!”

    길드 마스터들조차 실드 안에서 몸을 사린다. 부디 자신이 있는 곳엔 벼락이 떨어지지 않기를 빌며 스킬이 끝나기만을 기다렸다.

    잠시 후 마법이 사그라들었다. 그리고 벼락이 떨어졌던 자리는 말 그대로 모든 것이 사라져 있었다.

    전체 맵의 70%가 파괴되었고, 유저 상당수가 번개에 휘말려 게임 오버 되고 말았다.

    그 압도적이고 참혹한 광경에 모두가 얼어붙었다.

    -와, 방금 내가 뭘 본 거임?

    -게임 오버 당한 사람들 현실에서 지렸을 듯.

    -아 이거 역시나 에스라티나 못 잡나?

    그러나 지금은 절체절명의 전투 중,

    찰나의 흐트러짐이 순식간에 게임 오버로 이어지는 그런 상황이다.

    길드 마스터들이 뒤늦게 에스라티나의 존재를 인식했을 땐 이미 그녀는 전광석화와 같은 속도로 그들 사이로 파고들어 온 뒤였다.

    길드 마스터들은 황급히 그녀와의 거리를 벌리려고 했지만 이미 늦었다.

    에스라티나가 마력으로 이루어진 봉을 소환해 맹렬하게 휘두르기 시작했다.

    퍼버버버벅!

    “크앗!”

    무방비 상태에서 에스라티나의 공격에 피격당한 길드 마스터들이 비명과 욕설을 내뱉었다.

    그러나 역시 각 길드를 대표하는 마스터들. 기습을 당한 와중에도 반사적으로 에스라티나에게 반격을 가했다.

    그러나 공격력 40%, 기동력 50% 버프를 받은 그녀의 상대가 될 순 없었다.

    첫 번째 길드 마스터가 에스라티나의 봉에 목이 꺾이며 절명했다.

    두 번째 길드 마스터는 운 좋게 그녀에게 파고들어 옆구리에 창을 찔러 넣었지만, 에스라티나는 아랑곳하지 않고 그의 가슴에 손을 댄 채 스킬을 시전, 그대로 구멍을 뚫어 버렸다.

    ‘이대론 안 된다!’

    최고의 전력인 길드 마스터들이 하나둘씩 게임 오버 당해 가자 키도의 마음이 조급해졌다.

    그 순간, 자신이 타겟팅이 되었다는 시스템 경고음이 들렸다. 동시에 날아드는 에스라티나의 발길질을 본 키도는 반사적으로 방패로 전면을 가드했다.

    터어어엉!

    방패를 통해 느껴지는 그녀의 강력한 일격에 키도는 신음을 흘렸다. 방패를 드는 게 조금이라도 늦었으면 치명상을 면치 못했을…….

    방패가 구겨져 간다. 그 광경에 키도는 판단 미스라는 것을 깨달았다.

    황급히 방패를 놓으며 뒤쪽으로 몸을 날렸다. 거의 동시에 에스라티나의 발차기가 방패를 꿰뚫고 그의 복부에 꽂혔다.

    “커허억!”

    게임상이니만큼 고통은 없었지만, 전신을 뒤흔드는 충격에 입에서 침과 함께 비명이 절로 터져 나왔다. 그의 몸이 지면과 충돌하며 50미터가량을 굴러가다 겨우 멈춰 섰다.

    “쿨럭쿨럭!”

    위험했다. 조금이라도 방패를 놓고 빠지는 게 늦었더라면 방패와 함께 꿰뚫려 죽었을 것이다.

    일격에 HP의 절반이 날아간 것을 확인한 키도는 체력 포션을 사용하며 전방을 확인했다.

    그리고 방금 막 마지막 길드 마스터가 허무하게 게임 오버 되는 것을 보고 깊은 절망감에 사로잡혔다.

    [30분 뒤 서비스 종료를 위한 서버 다운이 개시됩니다.]

    게다가 시간도 더 이상 우리 편이 아니었다.

    ‘끝이다.’

    키도는 입술을 잘근거리며 좌절했다.

    결국, 게임이 종료되는 마지막 순간까지 저놈을 처치하지 못했다.

    “이 멍청한 놈들이…… 뒤지기 전에 한 대씩이라도 때리고 뒤질 것이지.”

    “……!”

    그의 고개가 목소리가 들린 방향으로 홱 돌아갔다.

    어깨에 대검을 걸친 채 터벅터벅 걸어오는 리온을 발견한 키도는 가슴 속이 부글부글 끓어오르는 것을 느끼며 소리쳤다.

    “너! 안 싸우고 뭐 하고 자빠진 거냐!”

    “바보야, 저런 사기 버프를 봤으면 당연히 뒤로 빠져서 작전부터 세워야지.”

    길드 마스터들을 모두 처치한 에스라티나는 운 좋게 지금까지 살아남은 유저들을 일방적으로 도륙하는 중이었다.

    그들은 나름 필사적으로 에스라티나에 대적했지만, 계란으로 다이아몬드 치기나 다름없는 몸부림이었다.

    그녀가 스킬 한 번 쓸 때마다 랭커, 하이 랭커 가릴 것 없이 유저 대여섯 명이 가루가 되어 스러져 갔다.

    그 광경을 보며 리온은 길어봐야 1분이라고 판단했다.

    “키도! 넌 지금까지 나 리온이라는 먼치킨에 가려져서 제대로 빛을 보지 못한 2인자였다! 뭘 하든 간에 1인자와 비교돼서 평가 절하되는 그 2인자 말이다!”

    “…….”

    멍해 있던 키도의 인상이 무섭게 일그러졌다.

    “마지막 순간에 뭔 개소리냐! 에스라티나한테 말고 나한테 뒤지고 싶냐?!”

    “걱정 마, 지금부터 내가 널 영웅으로 만들어 주마.”

    “지금 이 상황에서 무슨 소리를…….”

    키도는 리온의 표정을 보고 말을 멈추었다.

    유저들의 비명이 난무하는 전장에서 자신감 가득한 얼굴로 웃고 있는 리온.

    그것은 절대로 패배를 바라보는 얼굴이 아니었다.

    리온은 키도에게 작전을 설명했다.

    키도의 표정이 의아함에서 놀라움으로, 리온을 향한 격한 분노에서 설득당해 체념한 얼굴로 변모해 갔다.

    잠시 후, 키도가 반쯤 포기한 얼굴로 자리에서 일어났다.

    “……알았다. 네놈의 셔틀을 해야 한다는 게 내키진 않지만, 방법이 없군.”

    “좋아, 그럼 결판을 지으러 가자고.”

    한편, 마지막 유저를 게임 오버시킨 에스라티나는 가장 증오스러운 녀석인 리온을 찾기 위해 주변을 두리번거리고 있었다.

    그때 한 유저가 자신의 뒤를 노리고 달려드는 것을 감지했다.

    ‘아직도 살아 있는 놈이 있었나?’ 라고 생각하며 에스라티나는 가볍게 그의 검을 봉으로 맞받아쳤다.

    콰차아앙!

    “웃!”

    키도의 검이 단 일합에 내구도가 떨어지며 허무하게 산산이 부서졌다.

    그럼에도 키도의 기세는 꺾이지 않았다. 그는 무기 없는 맨손을 펼치며 발악하듯 에스라티나에게 몸을 날렸다.

    “에스라티나아앗!”

    에스라티나의 미간이 꿈틀거렸다.

    [구질구질하게 굴지 말고. 죽어라 인간.]

    투카아앙!

    키도를 향한 그녀의 손바닥에서 강렬한 어둠의 광선이 쏘아지며 그의 전신을 뒤덮었다.

    이걸로 녀석은 죽었을 것이다. 에스라티나는 키도에게서 관심을 끄고 다시 리온을 찾으려 했다.

    그렇기에 조금의 상처도 입지 않은 모습으로 연기를 뚫고 들어오는 키도의 모습에 그녀는 적잖이 당황했다.

    [무슨?!]

    에스라티나가 황급히 수중의 봉을 휘두르려 했지만, 키도가 아슬아슬하게 더 빨랐다.

    그녀의 안쪽으로 파고든 키도는 일말의 망설임도 없이

    ……두 팔로 에스라티나를 와락 끌어안아 버렸다.

    [……어?]

    지금 이게 무슨 상황?

    [이, 이게 뭐 하는 짓이냐!]

    느닷없는 포옹에 에스라티나가 얼굴을 붉히며 소리쳤다. 그녀의 전신에서 번개가 파죽지세로 뿜어져 나오며 키도를 강타했다.

    파지지지지직!

    어지간한 하이 랭커조차도 순식간에 증발시킬 수 있는 데미지의 번개!

    그런데도 키도의 HP는 단 1도 줄어들지 않는다.

    에스라티나는 키도의 전신이 황금빛 광채를 내뿜고 있단 사실을 뒤늦게 발견했다.

    300레벨 탱커형 검사 유니크 급 스킬 [앱솔루트 실드].

    20초간 모든 물리, 마법 공격을 무효화하는 절대 방어 스킬!

    재사용 시간이 3시간인지라 최후의 최후까지 아껴 두었던 스킬이 드디어 빛을 발하는 순간이었다.

    “리온!”

    “잘했다 쫑!”

    키도의 외침에 그제야 어딘가에서 리온이 나타났다.

    “어디 보자, 남은 HP가 25%군 에스라티나. 페이즈 3에 들어오면서 방어력이 30% 감소됐었지?”

    리온은 왼손을 아래로 흩뿌리듯 펼쳤다.

    비어 있는 손에 마력이 휘감기며 10여 미터 길이의 진홍빛 검기가 공간을 찢으며 나타났다.

    120레벨 검사 유니크 급 지속 스킬 [아니마 블레이드]. 이어서 오른손의 칠성검에도 진홍빛 검기가 둘러진다.

    두 자루의 검을 각각의 손에 쥔 리온이 다시금 마력을 끌어 올리자, 더 이상 커질 것 같지 않던 두 검의 검기가 한 번 더 폭발하듯 팽창했다.

    시야를 가득 메우는 붉은 기세!

    쌍검이 X자로 교차되는 순간, 에스라티나는 리온이 지금 무슨 짓을 하려는 것인지 깨닫고 눈을 휘둥그레 떴다.

    키도가 외쳤다.

    “베라!”

    “으랏차차차!”

    [인피니티 스톰!]

    리온의 쌍검이 빛과 같은 속도로 휘몰아치며 키도와 에스라티나를 함께 난도질하기 시작했다.

    츠카카카카카!

    [캬아아아아악!]

    페이즈 2 때의 에스라티나에게도 제법 큰 데미지를 줬던 스킬이었지만, 방어력 30%가 감소된 지금 상태에서는 단어 그대로 치명적이었다.

    에스라티나가 폭발적으로 깎여 나가는 HP에 고통에 찬 비명을 내질렀다.

    키도는 HP가 줄어들진 않았지만, 리온의 검이 몸을 때리는 충격을 그대로 감수하며 에스라티나를 놓치지 않기 위해 두 손을 깍지 낀 채 버텼다.

    24…… 23…… 22%!

    1초에 1%씩 무서운 기세로 줄어들어가는 그녀의 HP.

    지금이 아니면 에스라티나를 처치할 수 있으리라 절대 장담할 수 없다.

    무슨 일이 있어도 지금 끝장을 봐야 한다!

    “리온! 지속 시간 5초 남았다!”

    그러나 아무리 리온이라도 20초 안에 에스라티나의 HP 25%를 다 깎아 버리는 건 무리가 있었다.

    키도는 아직 에스라티나의 HP가 8%가량 남아 있는 것을 확인하곤 신음을 흘렸다.

    리온이 제안한 계획은 [앱솔루트 실드] 상태인 자신이 에스라티나를 붙잡고 있는 동안 리온이 공격을 퍼붓고, 그녀의 HP가 1% 남았을 때 자신이 마무리하는 것이었는데 이것도 역시 무리인 듯했다.

    “어이 이제 곧 스킬 풀린다!”

    키도가 소리쳤다. 이렇게 된 이상 협공으로 이판사판 달려드는 것 말곤 방법이 없다.

    그런데 리온이 무적 상태가 곧 끝난다고 얘기했음에도 공격의 기세를 누그러뜨리지 않자, 키도는 약간 당황하여 그를 쳐다봤다.

    그리고 사악한 얼굴로 웃고 있는 리온의 표정을 발견한 그는 불길한 예감에 사로잡혔다.

    물론 당연히 그 생각은 적중했다.

    “리, 리온 잠깐…… 크어어억?!”

    [앱솔루트 실드] 지속 시간이 끝났음에도 리온은 공격을 멈추지 않았다.

    검이 키도의 전신을 갈기갈기 찢어발겼고, 그의 HP가 단어 그대로 증발해 사라졌다.

    “나이스 탱킹이었다 키도! 그래도 마지막 한순간에 쓸모가 있었군.”

    “네, 네놈…….”

    잊고 있었다.

    리온 이놈은 목적을 위해서라면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는 철면피라는 것을.

    극도의 증오감으로 붉게 충혈된 키도의 눈을 바라보며, 리온이 웃으며 손을 흔들었다.

    “그동안 같이 게임해서 즐거웠다. 키도. 잘 지내라고.”

    “너 이 개새끼, 죽여 버릴 테…….”

    키도의 말은 끝까지 이어지지 못했다.

    촤아아악!

    그의 몸에 수직으로 가느다란 선이 그어졌다. 반으로 갈라지는 그의 몸 너머로 에스라티나의 얼굴이 나타났다.

    그녀의 표정은 의외로 잔잔했다.

    하지만 눈빛에서 느껴지는 고도의 살기에 리온은 잔뜩 긴장하며 검을 고쳐 쥐었다.

    [……인정하지 리온. 역시 인간 중에선 네놈이 최강이다. 이 정도까지 날 몰아세우다니.]

    “너야말로 마지막까지 사람 애먹이는군, 마지막인데 그냥 죽어 주면 안 되냐?”

    [끝까지 개소리를.]

    -와, 키도 개 불쌍하네, 리온 인성 보소.

    -그래도 지금 이건 어쩔 수 없는 선택이었다는 거 ㅇㅈ합니다.

    -뭐가 어쩔 수 없어, 애초에 저렇게 할 생각이었을 거라고. 리온은.

    -빨리 마무리해! 5분 남았어!

    [5분 뒤 서비스 종료를 위한 서버 다운이 개시됩니다.]

    “이제 결판을 짓자고!”

    녀석의 남은 HP는 불과 3%. 5분이면 충분히 깎아 낼 수 있다!

    에스라티나는 리온의 접근을 기다렸다가 허리를 꺾으며 봉을 내려찍었다.

    쿠콰콰콰쾅!

    두 사람의 무기가 격돌하는 순간, 파찰음과 함께 공간이 일그러진다.

    두 사람의 몸이 마치 하나가 된 듯 뒤섞이며 서로를 물어뜯는다.

    붉은 아우라와 보랏빛 아우라가 맹렬하게 휘몰아쳤고, 지면이 두 사람의 힘을 이겨 내지 못하고 무너져 내리기 시작했다.

    한 치의 양보도 없는 팽팽한 혈투.

    그러나 시간이 흐를수록 전세가 조금씩 에스라티나에게로 기울어 갔다.

    “크윽.”

    리온의 꽉 다문 이빨 사이로 신음이 새어 나왔다.

    그의 황금빛 갑옷이 점점 내구력이 다해 뜯겨 나갔고 칠성검에 균열이 일기 시작했다.

    제아무리 탑랭커인 리온이라도 페이즈 3 모드의 에스라티나와의 1:1은 무리가 있었다.

    HP가 10% 이하로 떨어지는 순간, 리온은 에스라티나의 왼손에 마력이 모여든다는 것을 발견했다. 승리를 직감하고 강력한 공격으로 마무리를 할 요량이리라.

    그의 예상은 맞았다. 뒤로 날개를 펄럭이며 순식간에 거리를 벌린 에스라티나가 승리의 미소와 함께 스킬을 시전했다.

    [죽어라!]

    퍼어어어어엉!

    시야를 뒤덮어 오는 보랏빛 광선.

    저걸 제대로 맞으면 무조건 죽는다, 하지만!

    리온은 도박을 결심했다. 피하지 않고 그 광선을 향해 몸을 날린다.

    광선이 몸을 덮치기 직전, 칠성검을 방패처럼 앞으로 내민 채 몸의 궤도를 틀었다.

    뒤이어 강력한 충격과 함께 시야가 뒤흔들렸다.

    [신체 절단! 우측 어깨 아래로의 컨트롤이 불가능합니다.]

    [‘칠성검’이 파괴되었습니다!]

    시스템 경고와 함께 우측 어깨 아래로의 감각이 사라졌고, 내구도가 다한 칠성검이 부서지며 흩뿌려졌다.

    하지만 게임 오버 알림은 뜨지 않았다.

    그의 잔여 HP는 1%!

    아마 몸을 틈과 동시에 칠성검을 희생시켜 광선을 막지 않았다면, 우측 어깨가 아닌 전신이 삼켜져 그대로 게임 오버 되었을 것이리라.

    리온은 왼손에 다시 [아니마 블레이드]를 소환해 쥔 채 계속 내달렸다.

    남은 시간은 5초!

    에스라티나가 당황한 얼굴로 회피하며 봉을 휘둘렀다.

    그러나 방금 막 스킬을 사용한 직후였던지라 그녀의 공격은 정확하지 않았고, 봉은 리온을 스쳐 애꿎은 지면을 내려찍었다.

    4초!

    그동안의 격렬한 전투를 받아 내던 지면이 봉의 충격을 버티지 못하고 와르르 무너져 내린다.

    그 아래로 완전히 드러난 차원의 균열이 두 사람을 빨아들이기 시작했다.

    3초!

    리온은 남은 모든 마력을 검기에 끌어모았다.

    거대했던 왼손의 진홍빛 검기가 레이피어의 형태로 작게 응축되면서 영웅전기 최후의 공격 준비를 마쳤다.

    2초!

    싸움을 관전하는 사람들이 승리를 염원하며 소리친다.

    -가라 리온!

    -어서 빨리 마무리를!

    -오오오오오오!

    [이, 이럴 수가!]

    믿을 수 없다는 목소리로 소리치는 에스라티나.

    리온은 승리를 확신했다.

    ‘드디어 잡았……!’

    그 순간, 시간이 정지되었다.

    착각인가 싶었지만 아니었다. 아래로 추락하던 몸이, 함께 떨어져 가던 지면의 파편들이, 심지어 눈앞의 에스라티나 마저 멈췄다.

    세계가 암전되어 간다.

    파편처럼 부서져 가는 필드의 뒤로 보이는 것은 종말의 어둠뿐.

    모든 것이 사라져 가는 공간 속에서 리온은 에스라티나와 눈이 마주쳤다.

    경악과 공포에 휩싸인 에스라티나의 표정. 문득 이렇게 가까이서 그녀의 얼굴을 자세히 보는 건 처음이란 생각이 들었다.

    [SYSTEM ERROR! 에스라티나 41■385□■632]

    난생처음 보는 시스템 알림이 시야를 뒤덮어 온다.

    여기까지가 흐른 시간은 불과 0.5초.

    ‘이게 뭐지?’ 하고 의아함이 들었지만, 그러는 와중에도 리온의 검은 본능적으로 이 세계의 종지부를 찍고자 움직이고 있었다.

    눈앞의 에스라티나를 향해 말이다.

    1초!

    붉은 궤적이 허공을 가른다.

    이어서 번쩍이는 섬광이, 영웅전기에 마지막으로 남은 두 사람을 뒤덮었다.

    [서버가 종료됩니다. 그동안 영웅전기를 이용해 주셔서 감사드립니다.]

    .

    .

    .

    그리고, 유한성이 눈을 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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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Introduction: My name is Corie Satterfield, I am a fancy, perfect, spotless, quaint, fantastic, funny, lucky person who loves writing and wants to share my knowledge and understanding with you.